2010년 4월 8일 목요일

퀴즈쇼


김영하 장편소설이라고 한다.
지난 생일 영이가 "읽어봐, 재밌어"라며 건네 준 책.

미루고 미루다,
출퇴근길에.. 자기전에 틈틈히 읽으며
꼬박 한달이 걸린것 같다..

한 대학원생이, 아니 대학원 졸업생이 인터넷 채팅방의 일종인 퀴즈방에서 또래의 여자를 만나 사랑하게 되고, 그러는 와중에 편의점 아르바이트, 단칸방 고시원 생활을 거치며 88만원 세대의 비극도 겪어 보고, 자신의 장기를 살려 티비 퀴즈쇼에도 나가게 된다. 그를 계기로 그는 '회사'라 불리우는 전문 퀴즈풀이 집단에 몸담게 되고 어쩌고 저쩌고..
'따뜻하고 촉촉하고 달콤했다....우리는 그대로 오래 있었다'로 맺으며 happy ending의 뉘앙스로 마무리 된다.

책 후반부에는 '..김영하 식의 답변이자 뛰어난 성장소설..'이네 어쩌네 하며 평론이 이어지지만,
나는 퀴즈쇼가 비유하는바가 무엇인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의 자화상이 어떻다며 블라블라하는 따위의 고찰은 하기 싫었다.

그냥 가볍게 읽으며..
그때마다 잠시 이 지치고 찌들고 재미 없는 일상을 탈출할 기회를 얻었으면..
내겐 그걸로 되었다..

멋진 장면이 하나 있긴 했다..

그녀는 휴대폰을 손에 들고 있었다.
"네 것도 꺼내봐"
나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아, 이제 번호를 주고 받을 차례로구나.
언젠가부터 인간과 인간이 만나면 명함을 주고 받는 것이 아니라
외계인과 교신하듯 휴대폰을 마주 겨누고 신호를 주고 받는 풍습이 생겼다.
"전원을 꺼"
그녀가 말했다.
"왜? 번호 따는거 아니었어?"
"함 꺼봐"
나는 그녀가 시키는 대로 전원을 껐다. 그녀의 휴대폰도 피릿, 소리를 내며 꺼졌다.
"자, 이제 우리는 존재하지 않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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