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안읍성

초가집이 가장 많이 모인 곳이, 전라도 순천의 낙안읍성이다. 모두 192호의

초가가 있다. 그 초자들은 높이 4.5m, 둘레 1410m의 낙안읍성에 둘러싸여

있다. 한 세대 전만 해도 초가는 가난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낙안읍성 성벽 위에 서서, 누천년 동안 우리 조상들의 생활공간이었던 초가

집들을 바라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 둥근 지붕선이 주변 산세를 닮아

있다. 산 능선에 맞춰서 지붕을 이었다는 생각까지 든다. 아파트처럼 주변

경관을 깡그리 무시하고 말뚝처럼 들어서지는 않는다. 환경을 무시한 건축이

한반도에서 2,30년 동안 무자비하게 이루어졌다. 급속한 인구팽창과 도시화가

그 주범이라도 떠넘길 수만은 없다. 예전에 한 풍수학교에 갔다가 들은 얘기다.

환경 파괴의 주범을 꼽다가, 우리나라는 외국과 견주었을 때 인구 비례나

토지 비례로 보아 건설업체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건설업체가 많다는 것은

건설장비가 많다는 얘기다. 그 건설장비들이 쉬면 실업률이 높아지고 불황이

온다 하여, 쉼 없이 움직이려 한다. 경기가 좋을 때는 도시 한복판에서 움직

이고, 경기가 어려워지면 땅값 싼 시골을 파헤친다. 그 결과 작은 소읍까지

아파트 없는 동네가 없을 정도가 되었다.

 

조만간 아파트 없는 동네가 그리운 시대가 올 것이다. 우람한 산자락 아래,

넓은 들판이 펼쳐지고, 바람 적고 양지바른 곳에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풍경은 그림 속에서나 찾아야 할 지 모른다.

 

이런 세상이니, 산을 닮은 낙안의 초가들을 바라보면서 어찌 위안을 받지

않을쏜가. 한 걸음 더 들어가 낙안읍성의 초가들에서 민박을 운영하니

하룻밤 잠 들어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덜 깬

눈으로 성벽을 돌아보자. 북쪽엔 진산인 금전산이 높이 솟아 있고, 동으로는

오봉산, 서뽁에는 백이산과 금화산, 남쪽엔 제석간이 있다. 금전산 아래로

아침안개에 싸인 낙안 들판이 보인다.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이 태동한

들판이다. 낮게 깔린 아침안개를 따라, 구성진 <서편제> 소리가 흘러나올

듯한 들판으로 일 나가는 농부도 보인다.

 

성 안에는 동헌, 객사가 잘 보존되어 있고, 동헌 뒤편에는 활터가 있다.

왜적을 방어하기 위해서 지어진 성인데도 산에 기대지 않고 평지에 구축

된 것이 다른 곳과 구별되는 특별한 배치다.

 

성을 돌다가 출출해지면 성 안에 있는 주막을 겸한 식당에서, 낙안사삼주

한 잔을 맛보아도 좋으리라.

 

<대한민국 대표여행지 52> 유연태외 지음, 넥서스BOOKS, p.180-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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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는..

아침마다 '단편 명선'이라는 제목으로 메일을 보내주시는 차장님 한분이 계신다.

읽으셨던 책중 좋은 글귀, 혹은 한번 생각해 볼만한 글귀들을 추려서

저렇게 매일 아침 보내주시는데

얼마전에는 저렇게 순천 낙안읍성을 소개해 주시더라.

소개해놓은 글도 글이지만,

저렇듯 하얀 눈 속에 폭 담긴 초가들의 풍경이 단숨에 내 마음을 사로 잡았고

마침 그곳에서는 민박도 한다고 하니..

또 낙안사삼주라는 것도 있다고 하니..

관심이 아니갈래야 아니갈수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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